요즘은 세계 어느 도서관에서도 카드형 목록을 만들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표준 편목규칙인 한국목록규칙(KCR)은 제3판부터 표목부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드형 목록을 경험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표제와 책임 표시사항에 기재했던 대표저자를 그대로 MARC, DML 1XX 필드에 입력하는 것이 곧 기본표목이다라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표목은 기술부에 기재한 대표저자를 복사하여 1XX 필드에 붙여 넣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1XX 필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기본표목이 되는게 결코 아닙니다.
본디 표목은 배열 및 검색기능을 하는 동시에 집중기능도 합니다. 집중기능이란 한 저자의 저작을 목록상에서 모으거나 한 저작의 다른 판들을 목록상에서 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아래와 같은 4건의 책을 편목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DAN BROWN 다비치 코드 |
UX DESIGN COMMINICATION 댄 브라운 지움 |
천사 와 악마 1 |
함께하는 디자인 댄 브라운 지움 |
위 4개의 자료를 서지기술하고 책임표시에 기재한 서양인 저자명을 도치하여 기본표목으로 채택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브라운. 댄. UX Design communication / 댄 브라운 지움 ; NHN UX Lab |
브라운. 댄. 함께하는 디자인 / 댄 브라운 지움 ; 장현순 옮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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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댄. 다빈치 코드. 1 / 댄 브라운 지움 ; 안종설 옮김. - |
브라운. 댄. 천사와 악마. 1 / 댄 브라운 지음 ; 양선아 옮김. - |
그림만으로는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혹시 뭔가 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요? 소설가 댄 브라운이 디자인 책도 썼어? 라고 의심되지 않나요?
소설을 쓴 댄 브라운과 디자인 책을 쓴 댄 브라운은 서로 다른 사람인 동명이인입니다.
하지만 위 그림과 같이 브라운, 댄이라는 저자명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목록상에서 두 저자는 동일한 저자로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요즘의 자동화 목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명으로 검색했을 때 4개의 검색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결국 동일 저자라는 뜻이 됩니다.
목록은 검색뿐 아니라 집중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좀 전에 설명했듯이 집중이란 한 저자의 저작을 목록상에서 모아주고 한 저작의 다른 판들을 목록상에서 모아주는 일이라 했습니다. 모으려면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서로 다른 표목이라면 그형식을 서로 다르게 기재하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목록상 에서 같은 표목을 가진 저록끼리 모여지고 다른 표목을 가진 저록은 흩어지게 됩니다. AACR의 경우 동명이인 구별을 목적으로 개인저자는 아래 그림처럼 생몰년을 부기하는 방법을 사용하도로 규정합니다.
브라운. 댄. 1941-2008. UX Design communication / 댄 브라운 지움 ; NHN UX Lab |
브라운. 댄. 1964- 다빈치 코드. 1 / 댄 브라운 지움 ; 안종설 옮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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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댄. 1941-2008. 함께하는 디자인 / 댄 브라운 지움 ; 장현순 옮김. - |
브라운. 댄. 1964- 천사와 악마. 1 / 댄 브라운 지음 ; 양선아 옮김. - |
이렇게 생몰년을 부기함으로써 첫째, 목록 이용자에게 두 사람의 댄 브라운이 서로 다른 저자임을 알려주고 둘째, 기본표목을 기준으로 한 저자의 저작을 모아주되 동명이인의 저작은 분리할 수 있게 됩니다. 후자의 기능이 목록의 집중기능입니다.
저자목록은 다음의 그림과 같이 저자명이 동일한 경우에는 표제의 자음순으로 배열합니다.
한기호. 인공지능 시대의 삶 / 한기호 지음 서울 : 어른의 시간, 2016. |
한기호. 위기의 책 길을 찾다 / 한기호 서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한기호. 오성산 군인 / 한기호 지음 서울 : 시간의 물레, 2010. |
한기호. 여의도 졸병된 장군 / 한기호. - 서울 : 시간의 물레, 2011. |
한기호. 나는 어머니와 산다 / 한기호 지음 - 서울 : 어른의 시간, 2015. |
그런데 한기호라는 표목만으로는 목록상에 배열된 저자가 동일 인물인지 동명이인 인지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출판평론가 한기호(1958-)와 군인 출신의 (전) 국회의원 한기호(1952-)의 저작이 뒤섞인 상태입니다. 이때 생몰년을 부기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목록상에서 동명이인을 분리함과 동시에 동일 저자의 저작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됩니다.
한기호. 1958- 인공지능 시대의 삶 / 한기호 지음 서울 : 어른의 시간, 2016. |
한기호. 1958- 위기의 책 길을 찾다 / 한기호 서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한기호. 1958- 나는 어머니와 산다 / 한기호 지음 - 서울 : 어른의 시간, 2015. |
한기호. 1952- 오성산 군인 / 한기호 지음 서울 : 시간의 물레, 2010. |
한기호. 1952- 여의도 졸병된 장군 / 한기호. - 서울 : 시간의 물레, 2011. |
동명이인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한 도서관의 목록에서 한 저자는 반드시 한 가지 종류로 표목의 형식을 통일해야 합니다. 유명소설가 신경숙의 기본표목을 '신경숙, 1963-'으로 채택했다면 나중에 도서관에 들어오는 신경숙의 모든 저작에 대해 기본표목을 '신경숙, 1963-'으로 동일하게 기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소설가 신경숙이 아닌 동명이인의 문학자 신경숙의 저작이 도서관에 새로 입수될 때에는 기존의 신경숙과 구별하기 위해서는 '신경숙, 1953-'이라는 다른 형식의 표목을 부여해야 합니다. 만약 생몰년으로도 동명이인 구별이 여의치 않다면 서양인명의 경우 완전형을 기재하거나 아래의 예시처럼 괄호 안에 직업명등을 부기하는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Brown, Den, 1949-
Brown, Den, 1964-
Brown, Den, (Colorist)
Brown, Den, (Percussionist)
Brown, Den, (Project director)
Brown, Den, (Teacher)
목록상에서 동명이인의 구별은 기본표목이 갖는 장점의 하나였습니다. 카드형 목록에서는 동명이인이 기본표목의 형식을 통해 서로 쉽게 구별되었기 때문입니다. 기본 표목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의 자동화 목록 환경에서는 오히려 예전보다 동명이인 구별이 더 어려운 실정입니다.
동명이인 저자에 대한 구별은 민간 영역에서 더 잘하고 있습니다. 알라딘에서 저자명으로 이용훈을 검색하면 왼쪽 패싯 내비게이션의 저자 필터링을 통해 24명의 동명이인이 쓴 저작들을 치밀하게 구별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기본표목은 동명이인뿐만 아니라 반대로 여러 이름을 사용하는 이명동인의 저작에 대한 집중기능도 수행합니다. 리승만이라는 다른 형식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 이승만의 저작을 편목 할 때에는 한 가지 형식을 기본 표목으로 선정하여야 동일 저자의 저작들이 목록상에서 집중될 수 있습니다.
한편, 1962년 제정된 한국목록규칙(KCR) 초판은 표목의 형식을 한글로만 하고 외국인명이나 외국어표제는 번자표목을 사용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자로 기재된 서지요소가 있더라도 표목에서는 더욱 빠르게 훑어볼 수 있게끔 한글로 바꾸어 써야 하며 외국어 표기의 서지요서가 있다면 기술부에서는 전사(그대로 옮겨씀)하되 표목에서는 집중기능을 달성하기 위해 한글로 변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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